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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보다 경험

김영하의 기억법 : 초청 강연회 참석기

소설가 김영하가 말하는, 소설의 의미에 대해서 보고 듣다. 

 

늦은 오후 정류장에서 집에 가는 차편를 기다리는 중에,작가 김영하의 강연 홍보 광고-(9월 9일 18:00 장소 광명 시민회관)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류장 안쪽에 설치된 버스운행 안내 스크린에서 김.영.하.라는 이름이 두둥! 

 

요즘 예능 <알뜰신잡>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재빨리 신청접수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아, 이런 맙소사.
강연일이 무려 일주일이나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접수인원이 완료되어 마감됐어요.
(자그만치 400명의 모집인원인데  마감이라니?!)
몇년전 김영하 작가의 강연이 다른 도서관에 있었을때는 당일날에도 신청이 가능했었는데, 
이제는 스타가 되어버린 작가님의 파워라니...무섭다!
아, 세상에나, 마상에나. 역시 영화(살인자의 기억법)나 TV(예능프로 알뜰신잡)매체의 힘은 강력하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일날 부랴부랴 서둘러 강연장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현장 접수는 불가능"이라고 투명 유리 여기저기에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으나 안내 데스크 부터 스무명 안팍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게 제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저도 뒤에 따라 섰습니다.
다행히 입장권이 배부되어 6시 10분 정도에 입장할 수 있었네요.

2층 강연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예의 그 부드러운 김영하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려왔구요.

강연 시작부터 못들은게 아깝지만 뭐 들어올수 있던게 어디야! 
둘러보니 2층 객석의 4분의 1 정도는 비어 있었습니다.
400명의 신청자 중에 못 온 사람들이 꽤 있었구나. 하지만 내게는 잘 된일! 감사합죠 하 핫! 
 
지금부터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내용이에요.
TV,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이외에도 다양한 매체들의 홍수와 급기야 이제는 전자책까지 나온 마당에 책이란 매개체가 아직도 생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중에 소설이라는 장르(?). 이것이 사라지지 않고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실 책의 판매는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실물 경기가 안좋을수록 미니스커트와 속옷판매가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OECD 회원국, 그 중에서 꽤 바쁜 , 많은 시간을 노동으로 채우는 데 탑 클래스에 드는 한국인.
잠자는 시간, 출퇴근 소요시간, 직장에서의 노동시간,

 

이것 저것 빼고 나면 하루에 겨우 두시간 남짓 남는데...

그 귀중한 시간을 어렵사리 내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보다 훨씬 보기 쉬운 TV 드라마나 영화등의 다른 것도 많은데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그 인물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적확히  하나하나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다. 보는 사람은 피상적으로 느낄뿐이란다.
그래서, 그것이 소설이 가진 강점이다. 그것들과 차별화된 컨덴츠란 의미다.

인터넷 서점의 한줄 평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평점 별 한개!
하지만 그것도 그나마 나은 평이라고 한다.
"배송이 늦어요." 별 하나!
그러지 마세요. 작가 상처 받아요, 작가 잘못이 아니잖아요 -_-; 김영하 작가님의 웃픈 당부! 

소설은 메세지가 없는 것이다.

현대소설 대부분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메세지를 집어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교훈을 주려는 것도 아니다.
왜 한국의 독자들은 메시지나 교훈을 찾으려는 강박이 있을까?
그것은 우리의 잘못된 국어교육의 폐해 때문이라고 김영하는 단언한다.

작가의 의도는?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유치한 국어, 언어영역 문제 때문이란 것이다.
이전에 JTBC 9시 뉴스에서 본적이 있는 듯하다.
유명 저자의 글을 본문에 작성하고 해당 작가가 그 문제를 풀게 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작가 자신이 제대로 풀지못해 최하위에 가까운 점수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인지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글이 국어책에 실리는 걸 반대해서 실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이유도 있고,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작가는 글을 잘 쓰는 평범한 보통사람임에 불과한데 교과서에 수록하게 되면 작가를 마치 신격화하기 때문에 본인과 본인의 글이 의도와 다르게 읽힐 염려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다른 매체에서는 인생의 찬란함, 판타지, 성공, 해피엔딩의 장미빛 미래를 얘기한다.
그러나 소설은 대부분 실패담이다.
 실패도 찬란하고 숭고할 수 있다는 이야기.
해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예시로 드셨다. 그리고 소설은 도덕적 판단이 중지된 영역.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작가들이 뽑은 세계명작 순위에서.

1위가 안나 까레리나

 

2위가 롤리타

 


이들의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1. 안나카레리나는 귀족부인의 불륜.
2. 롤리타는 지금 현대에서도 용납될수 없는 중년남자와 12살짜리 소녀와의 사랑(?).
 
이것들이 세계명작이라고?!

 

하지만 소설 그것은 우리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읽는 것이다.
우리가 불행해질때를 대비해 읽는 보험같은 것이라고도 할수 있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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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10여분 정도의 강연이 끝난 이후, 시간이 없으셔서 그런지 단 두개의 질문만을 받으셨다
 
첫번째 질문.
 
Q. 1층 객석의 20대 초반쯤의 한 여성이 질문했다.
요즘 사회이슈가 되고 있는 어린 여학생간의 학원폭력에 관한 질문이었다.
만약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낸다면 어떻게 쓰겠는가? 
또한 작가님은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가?
 
김영하의 대답.
A.나는 그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청소년들에 대해서 이미 소설을 썼다.
가출 10대 청소년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보호센터 쉼터의 선생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방면으로 취재했다고 한다. 

그들의 실상은 너무나 비참하고 끔찍해서 소설로 작업할떄 오히려 축소하고 생략하는 등의 작업을 했단다. 

그래서 탄생한 소설이 바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인 것이다.

김영하 작가님이 말하길, 오해하시면 안되요, 이보영 주연의 TV 드라마 아녜요.

 제가 먼저 썼어요. 물론 가장 많이 안팔린 제 소설이지만...

 

 

그 나이대의 아이들들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묶여 있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친구관계다.
물론 그들을 설득하고 바른길로 인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법의 처벌을 강화해서 그것만으로 다스린다는 것은 반대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나쁜 아이들로 간단히 치부하고 격리시키면 그것은 사회의 발전을 역행하는 의미이다.
근대 이전에 태형도 있고, 사지를 찢어 죽이는 능지처참도 있었다.
현대에는 왜 사형제도가 없어지는 추세인가?
타인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간단히 법이나 처벌의 강도만을 높이는 것은 타인과의 소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Q.두번쨰 질문, 한 남성이 돌아가신 마광수 전 교수님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았다.
A.그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야한 얘기를 써오라고 하셔서 작가 본인은 A를 받았다고 한다. :)
불행하게도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시던 와중에 체포되셨다고 한다.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표현에는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것에 대해서는 거부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연스레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무슨 이야긴가 하면 그것은 독자의 선택을 받게 되어 소멸될수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 여성혐오로 비판받고 있는 영화 VIP를 생각하면 이해되는 대목이다. 여성혐오논란이후
일명 별점테러로 흥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출처: 한겨레 신문 인터넷


소설과 영화, 그 밖의 이야기들이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그로 인해 깊은 수준의 소통이 가능한 지에 대한 이야기.

그렇게 모든 강연은 끝났다.
이후 다음 스케줄에 경황이 없고 바쁘셨는지 사회자가 종료멘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급한 걸음으로 서둘러 가셨다.

 

다시 요약입니다.

-소설에 메세지 따윈 없다.
그걸 찾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경험을 직접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간접경험을  위한 도구다.
이야기는 정보를 담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부족은 지구상에서 모두 사라졌다.
또한 소설은 타인을 공감, 이해하기 위해서다.
 
 

P.S
댄스그룹 클론의 멤버 강원래씨가 오토바이 사고로 두 다리를 다쳐서 휠체어를 타게 되었을때의 일화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지나치는 할머니들이 그의 손에 5천원이나 만원권을 항상 쥐어 주셨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강원래씨는 무척 답답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겉으론 내색하지 못하고 무척 정신적인 상처를 받았다고 전한다.
물론 할머니들의 선의는 알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혹스럽고 서글픈 일이 었을 게다.
선행도 무엇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베풀어야 그것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그렇지 않다면  폭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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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가물한 기억을 더음어 강연을 요약하였습니다.
요약 중간중간에는 제 의견도 더불어 첨언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김영하 작가님의 기네스 광고입니다.
이전 모델인 잘생김의 대표-영화배우 정우성님 대신에 현재는 김영하 작가님이 모델이시네요.
그리고 무한도전의 배정남 아재도 있죠. ㅎㅎ. 더블 캐스팅!